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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의자 배려에 “이런 날 오다니”··· 원폭 피해 동포의 눈물

히로시마=김동하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3-05-20 11:28

“아무쪼록 건강하셔야 합니다. 고국에 한 번 오십시오.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9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원폭(原爆) 피해 동포인 박남주(91) 할머니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박씨는 “재일 동포로서, 원폭 피해자로서 이런 날을 맞이한 것에 몇 번이고 눈물이 났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20일 윤 대통령이 전날 히로시마 한 호텔에서 원폭 피해 동포들과 간담회를 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윤 대통령은 박씨에게 이렇게 말하며 다른 원폭 피해 동포들에게도 “조만간 꼭 한국을 한번 방문해 달라”고 했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영상에선 대화 내용이 구체적으로 들리지는 않는다. 대통령실과 참석자들에 따르면 박씨는 “윤 대통령이 의자를 움직여 주던 게 너무나도 또렷하게 기억난다”며 “‘여기까지 살아왔구나’라는 감회가 들었다”고 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간담회를 시작하면서 박씨가 자리에 편하게 앉을 수 있도록 직접 의자를 밀어준 것을 언급한 것이다.

윤 대통령과 악수를 한 박씨는 윤 대통령 손을 두 손으로 감싸고 뺨을 갖다 대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박씨는 히로시마에서 한국인 피폭 증언자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제2대 한국원폭피해자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간담회에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 10명과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히로시마 지부와 한인회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늦게 찾아뵙게 돼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1945년 8월 6일 원자폭탄 투하로 히로시마 인구 33만명 중 14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국인도 2만여 명이 사망했고, 부상자 등 피해자만 5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역대 정부에서 위안부나 강제징용 문제 등과 비교해 원폭 피해자 문제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크게 받지 못했다.

한국 대통령이 원폭 피해자들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동포들이 원폭 피폭을 당할 때 우리는 식민 상태였고, 바로 해방과 독립이 되었지만 나라가 힘이 없었고 또 공산 침략을 당하고 정말 어려웠다”며 “그러다 보니 동포 여러분이 이렇게 타지에서 고난과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대한민국 정부와 국가가 여러분 곁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분,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다”며 “제가 정부를 대표해서 여러분이 어려울 때 함께하지 못해서 정말 다시 한번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일부 참석자가 윤 대통령 발언 도중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영상에 잡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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